"다른 이로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나니" (행 4:12).
믿음은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이면서도, 또한 매우 잘못 이해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믿음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천차만별의 대답을 합니다.
가장 흔한 대답은 "의심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확신하는 것이다"라는 대답입니다. 하지만 믿음은 단순한 심리적 확신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구하면 얻으리라"는 말씀에 깊은 확신을 품고 추호의 의심 없이 구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믿음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믿음이란 그런 맹목적인 확신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경험하고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영혼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머리로 철저하게 무언가를 확신한다고 해서 그것을 함부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믿음은 확률에 의존한 기대와도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믿음을 설명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믿음 없이 어떻게 인생을 살 수 있겠는가? 당장 면도를 하러 가더라도 이발사를 믿는 믿음이 없으면 어떻게 시퍼런 칼을 든 그에게 자기의 목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믿음이 아니라 확률의 문제입니다. 이 사람은 이발사를 믿는 믿음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면도칼 앞에 목을 맡겼지만, 면도사의 손에 죽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확률을 의존하는 것입니다.
구원 얻는 믿음은 그런 종류의 믿음이 아닙니다. 믿음은 믿는 대상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 이외에는 나의 영혼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은 언제나 전적인 포기 위에서 싹틉니다. 자신의 전적 무능을 자각한 사람이 아니면,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믿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믿음은 반드시 죄에 대한 확신을 필요로 합니다. 죄에 대한 확신을 통하여 인간은 죄의 성질과 그것의 죄책, 그리고 이에 따르는 하나님의 심판에 대하여 실제적인 이해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죄인은 원죄와 실행죄에 관하여 깨닫게 되며, 그렇게 죄인 된 상태에서 자신을 위하여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데, 이것이 전적 무능의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이 전적인 포기는 의롭다 함을 얻는 믿음이 있기 전에 필연적으로 선행되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을 온전히 바라보는 의존의 마음이 믿음이라고 한다면, 이 의존의 감정은 자신이 아무 희망 없는 죄인이라는 사실과 그러한 자신의 구원은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깊이 생각하기
구원받는 믿음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믿고 실제로 다른 모든 길을 버려야 합니다.